비즈니스 인사이트(롱블랙 리뷰)

비마이게스트: 사사롭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브랜드에 숨을 불어넣다

out of the box 2022. 8. 7. 22:30

*22.07.28 발행된 롱블랙 뉴스레터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2012 - SSG푸드마켓마스터 플랜, 브랜드 스토리

2013 - 대전 성심당 케익 부티끄

2015 - 설화수 플래그쉽 공간 프로그램

2016 - 1964 백미당 브랜드

2021 - 오설로 북촌 공간 경험

2021 - 국립 중앙 박물관 사유의 방

 

트렌드를 좇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해보았을 법 한 이 모든 공간들은 김아린 대표가 운영하는 브랜딩 스튜디오 '비 마이 게스트(BE MY GUEST)'에서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모두 개성 있는 콘셉트와 인상 깊은 브랜딩으로 화제가 된 공간들이죠.

 

특히, 국립 중앙 박물관 사유의 방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방문해 많은 관심을 받았고, '반가사유상'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옛날 주제를 젊은 세대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두면서, 현재는 국립 중앙 박물관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 역시, 기존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이 통통 튀는 귀여운 이미지에 팝한 컬러를 주로 사용하던 것과 정 반대로 블랙&화이트의 대비되는 컬러로 정적인 느낌을 줌으로써 백미당만의 유니크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이런 대단한 약력을 가진 브랜딩 스튜디오의 김아린 대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국립중앙 박물관 사유의 방. 출처: 국민 소통실

 

시작: 프랑스 유학 길에 오르다

어린 시절 김아란 대표는 조각가이자 설치 미술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예고를 거쳐 이화여대 조소과에 입학하였습니다. 가고 싶던 과에 진학했지만, 목표를 이룬 느낌이 들어 학교에서 주어진 일만 하며 무료한 생활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 김아란 대표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건 부모님이 내주신 외출금지와 책 읽기 숙제였습니다.

부모님이 주신 책 10권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는데, 그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자신이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고, 비로소 "내가 잘하는 걸 하면 빨리 성공하겠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동시에 혼자 집에서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를 많이 하게 됐는데, 이때 요리하는 것에 강한 흥미를 느꼈고,

음식을 어떻게 플레이팅 할지, 어떤 접시에 담을지 같은 부분들도 조소과를 다니며 얻은 감각을 활용해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그렇게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요리를 공부하게 됩니다. 문화와 언어 장벽에 부딪히며 1년간의 힘겨운 준비 끝에 프랑스의 프로페셔널 트레이닝 학교인 '에콜 페랑디'의 첫 외국인 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학교였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이 길이 정말 자신의 길이 맞는지 또 한 번 의문을 하게 됩니다. 

 

또 한 번의 진로 변경 

김 대표는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 주방에서 인턴쉽을 하던 때 처음으로 접한 뱅킷(banquet, 연회)을 보고  '이벤트 오가니제이션'으로 진로 변경을 꿈꾸게 됩니다. 

 

“뱅킷은 마케팅 요소가 강하게 가미된 파트예요. 파티마다 공간과 케이터링 음식을 다르게 기획하고 디스플레이하는 것에 매료됐어요. 전체 크리에이티브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요리 자체에 더 두각을 드러내야 하는 포지션 보다요.”

 

이후 뉴욕의 이벤트 케이터링 회사 포텔에샤보에서 일하면서, 프랑스 파티와 뉴욕을 차이를 몸소 확인했습니다.

프랑스 파티에서는 음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뉴욕에서는 데코레이션을 더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두 나라의 차이를 모두 경험한 덕분에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고, 그 경험들이 지금 하는 일의 기반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비 마이 게스트 김아린 대표. 출처: 매일경제

정갈하고 섬세하지만, 동시에 허를 찌르는 브랜딩

꽤 오랜 시간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뉴욕에서 일을 했었지만 김 대표가 맡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한국'의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비 마이 게스트의 포트폴리오는 섬세하고 정갈한 동양의 정취가 가득합니다.

 

제 일의 기반엔 ‘한국’이란 정서가 깔려 있어요. ‘한국적이라는 게 뭘까’ 공부하고, 그 방향으로 계속 탐색합니다. 그게 한국 사람인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니까요.”

 

비 마이 게스트는 많은 브랜드의 이미지 전환을 성공시켰습니다.

평범한 사과를 프리미엄 선물로, 지루할 수 있는 박물관을 인스타그램 핫 플레이스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편견을 깨는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하고 ‘허를 찌르자’는 얘기를 많이 해요. 기업에서 저희한테 의뢰할 때 어느 정도 예상하는 게 있을 거잖아요.  ‘아이스크림 브랜드니까 이런 식으로 해오겠지’하는 식으로요. 그럴 때,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해내서 허를 찌르는 게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아이스크림 이미지 탈피하고, 무겁고 정적인 이미지의 백미당 매장. 출처: 1964 백미당 facebook

 

2022 브랜딩(branding) 트렌드 - 사사로운 브랜드의 시대

김 대표는 18년 넘게 기업의 브랜딩을 하면서 트렌드 꿰뚫어 볼 수 있는 선구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K-beauty가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기 전에 화장품 브랜드와 여러 번 협업했고, 코로나가 한 풀 꺾이고 여행이 다시 활기를 띄는 요즘은 리조트 사업 관련 의뢰를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일찍이 시장을 예측하고 준비하는데, 이를 통해 트렌드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셈입니다.

 

비 마이 게스트의 손을 거친 리조트들이 하나 둘 오픈하고 있는데, 2022년 4월 문을 연 도산공원의 카펠라(Capella*) 양양 오너스 클럽이 그중 하나입니다. 2024년 강원도 양양 송전 해변에 오픈 예정인 카펠라 양양의 프리뷰 개념으로 디자인과 서비스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입니다. 멤버십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카펠라 양양의 회원권 구매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쇼케이스인 셈 이죠.

*전 세계 2위 호텔, 리조트 브랜드.

 

김 대표는 오너스 라운지에 한국적인 톤 앤 매너를 가진 작품을 배치하고, 그 공간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모든 가구와 러그, 조명 등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롯이 카펠라 양양만의 디자인이며, 곳곳에 배치된 20여 점의 그림과 공예품 역시 여러 장인의 손길로 완성했다고 합니다. 한 예시로, 오너스 라운지에는 4m 높이의 그림이 걸려있는데, 양양의 바다를 떠오르게 하는 색으로 채워진 이 작품은 종이에 수백 번 옻칠을 해서 작업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김 대표는 점점 더 '장인의 스토리'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공간에서 보고 싶은 건 엄청 신기한 무언가가 아니에요. 바로 이곳만을 위하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는 작업들, 또 그런 것들로 채워진 공간을 경험하고 싶은 거죠. [...] 지금은 '큰 브랜드, 대기업이 무엇을 했다'는 게 힘을 갖는 시대가 아니에요. 오히려 큰 브랜드일수록, 어떻게 하면 더 작아 보이게 만들까 고민합니다. 브랜드에 개인적인 이야기, 사사로운 이야기를 넣어야 해요."

 

카펠라 양양 오너스클럽 1층 더 리빙 룸. 출처: 행복이 가득한 집

 

**인사이트 요약

통념에서 벗어난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와 한국적인 감각으로 브랜드에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이 비마이게스트의 성공적인 브랜딩의 비결이다.

 

*해당 뉴스레터 전문은 롱블랙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글 출처: https://longblack.co/note/366